• 일. 12월 14th, 2025

논란 속의 달걀 품질, 진실은 무엇인가

By조지영 (Jo Ji-young)

12월 12, 2025

최근 방송인 이경실 씨가 출시한 달걀 브랜드가 가격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핵심은 달걀 껍데기에 적힌 난각번호 끝자리 ‘4번’이었다. 소비자들이 닭이 좁은 케이지에서 사육되었음을 의미하는 4번 달걀을, 자연 방사 환경인 1번 달걀과 맞먹는 고가에 판매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경실 씨 측은 단순히 사육 환경 번호만으로 품질을 단정할 수 없으며, 신선도 유지와 품질 관리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과연 난각번호 4번은 저품질을 의미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난각번호 끝자리가 달걀의 영양 품질과 직접적인 상관관계는 없다고 설명한다. 난각번호 10자리는 산란 일자, 농장 정보, 사육 환경(1~4번)을 나타내는 지표일 뿐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사육 환경이 다르다고 해서 생산된 달걀의 영양 성분 자체에 큰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달걀의 객관적인 품질 등급은 껍데기의 청결 상태, 노른자의 탄력, 흰자의 높이 등을 종합적으로 검사해 1+등급부터 2등급 등으로 나뉘는데, 이는 환경 번호와는 별개의 기준이다. 다만 등급 판정은 자율 시행 사항이라 소비자가 모든 달걀의 등급을 확인하기는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소비자가 확인해야 할 진짜 정보와 변화하는 사육 환경

그렇다면 소비자는 무엇을 보고 달걀을 골라야 할까. 가장 확실한 지표는 난각번호 맨 앞 4자리인 ‘산란 일자’다. 산란일이 최근일수록 신선도가 높으며, 냉장 보관 시 일반적으로 한 달 이내에 소비하는 것이 권장된다. 이미 구매했다면 달걀을 깨뜨려 노른자의 상태를 확인해 볼 수 있다. 노른자가 퍼지지 않고 탄력 있게 솟아오를수록 신선한 달걀이다.

비록 영양 성분에는 큰 차이가 없다 하더라도, 사육 환경이 닭의 건강과 복지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할 수 없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좁은 케이지(4번)보다 개선된 환경에서 자란 닭의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현저히 낮게 나타났다. 이러한 동물 복지 추세에 발맞춰 정부는 축산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2027년 9월부터 난각번호 4번 환경에서 생산된 달걀의 판매를 금지할 예정이다.

완전식품 달걀, 세계인들은 어떻게 즐길까

달걀은 논란을 떠나 그 자체로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다. 우유 단백질과 유사한 수준의 필수 아미노산을 함유하고 있으며, 체내 단백질 이용률 또한 매우 높다. 신선하고 좋은 달걀을 골랐다면, 이제는 전 세계의 다양한 조리법으로 그 맛과 영양을 즐길 차례다.

먼저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대표 요리인 ‘샥슈카’가 있다. 우리에게는 ‘에그 인 헬’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이 요리는 매콤한 토마토 소스에 고추, 양파, 마늘 등을 넣고 달걀을 졸여 만든다. 반숙된 노른자를 빵에 찍어 먹으면 풍미가 일품이다. 이와 유사하게 튀르키예에는 ‘메네멘’이 있다. 토마토와 고추, 올리브 오일을 넣고 부드럽게 익힌 스크램블 에그 형태로, 아침 식사로 사랑받는 메뉴다.

서양의 브런치부터 아시아의 밥 도둑까지

서구권에서는 달걀을 활용한 다양한 브런치 메뉴가 발달했다. 미국의 ‘에그 베네딕트’는 구운 잉글리시 머핀 위에 햄과 수란을 올리고 홀랜다이즈 소스를 듬뿍 뿌려 즐기는 요리다. 프랑스의 ‘오믈렛’은 버터를 사용해 달걀을 부드럽게 익혀 치즈나 버섯 등을 넣어 접어 먹는 고전적인 미식이다. 영국의 ‘스카치 에그’는 삶은 달걀을 다진 고기로 감싸 튀겨낸 요리로, 바삭함과 고소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끓는 육수에 달걀물을 풀어 만드는 수프인 ‘스트라치아텔라’를 즐겨 먹는데, 파마산 치즈와 육두구가 들어가 깊은 맛을 낸다.

아시아권 요리도 빼놓을 수 없다. 일본의 ‘다마고야키’는 육수와 간장, 미림으로 간을 한 달걀물을 사각 팬에 겹겹이 말아낸 달걀말이로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이다. 인도에서는 삶은 달걀을 튀겨 향신료가 들어간 진한 그레이비 소스에 조린 ‘에그 커리’를 밥이나 난과 함께 곁들인다. 한국의 ‘비빔밥’ 역시 달걀이 빠질 수 없는 요리다. 갖은 나물 위에 올라간 달걀프라이나 신선한 노른자는 고추장과 어우러져 맛의 조화를 완성한다. 이처럼 달걀은 전 세계 어디서나 식탁을 풍요롭게 만드는 만능 식재료임이 분명하다.